보도자료

임성수 국민대 교수 "SW 업계에도 박찬호·박지성 필요하다"

관리자 0
892 2015.06.1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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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잇 박상훈] 현재 국민대학교는 국내 대학 역사상 유례가 없는 시도를 하고 있다. 전공과 관계없이 대학 1학년 전원에게 소프트웨어(SW) 교육을 하는 것이다. 세종대가 지난해부터 입학 예정자에 SW 교육을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신청자에 한해서 제공한다. 국민대는 컴퓨터와 관련이 많은 정보통신대, 공대, 융합대는 물론 법대, 경상대, 체육대 심지어 예술대 신입생까지 SW 코딩 과정을 반드시 이수하도록 했다. 가장 공격적인 '보편적 SW 교육'을 시행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첫 학기가 끝나가는 가운데, 임성수 국민대 컴퓨터공학부 교수에게 '전쟁 같았던' SW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교육 환경과 커리큘럼, 예산 등 아직 주변 여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아 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하고 있지만, 애초에 이를 밀어붙였던 이유, 즉 학생들이 대학 졸업 후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하든 상관없이 SW가 문제를 해결하는 매우 유용한 툴이라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SW 교육 환경을 더 보완하고, 나아가 모든 전공 교육에 SW를 접목하는 '다음 단계'의 구상도 밝혔다.

다음은 임성수 교수와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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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수 국민대 교수


이번 학기부터 신입생 전원에게 SW 교육을 하고 있다.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나?

솔직히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모든 학과의 신입생 총 2500명을 대상으로 온-오프라인 SW 코딩 교육을 실시한다. 이론 강의는 600명 규모 콘서트홀에서 하고 있고, 실습은 45~50명씩 1반을 나눠 진행하고 있다. 컴퓨터공학부의 모든 교원과 외부 강사 등 교수진이 20명, 그리고 반마다 조교를 2명씩 배치했다. 학기 초반엔 오피스 같은 SW 활용 교육을 했고 지금은 스크레치(Scratch)를 이용해 간단한 코딩 과정을 가르친다. 새가 날아가는데 총을 맞아 떨어지는 과정 등 흥미 위주다. 2학기에는 파이썬(Python)으로 응용 서비스를 만드는 과정이 진행된다.

가장 힘든 것은 학생들이 전공만큼이나 기본 지식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경영대나 디자인 관련 학과 학생들은 재미있어하고 잘 따라온다. 반면 예체능대 신입생들은 소프트웨어의 풀다운 메뉴도 찾지 못하는 학생이 있다.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터치 인터페이스에 익숙해져, 마우스로 '파일 > 인쇄'를 차례로 찾아서 클릭하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한다. 컴퓨터를 대하는 학생들의 인식이 어느 순간 완전히 바뀐 것이다. 이 다양한 학생들을 모두 끌고 나가기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쉽지 않다는 것은 이미 예상했을 것 같다. 그런데도 국민대는 국내 대학 중 처음으로 전공 불문 모든 신입생에 SW 교육을 하고 있다. 이렇게 밀어붙인 이유가 무엇인가?

지난해 초에 국민대학교를 앞으로 어떻게 특화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때 교내 주요 의사 결정권자가 모인 자리에서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 주요 내용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 SW 중심으로 바뀌고 있고, 세계 대학들이 전공을 불문하고 SW를 가르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로 SW를 이용해 사회의 요구를 해결하고 이를 서비스로 제공하면 굉장한 파급효과가 있다. 우버가 대표적이지 않나. 누군가 택시 서비스를 시작하고 싶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SW를 이용하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SW가 마땅히 발전해야 할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때를 한번 놓친 이후 회복이 안 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명박 정권 초기 당시가 구글, 페이스북 같은 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시기였다. 전 세계 산업 패러다임이 바뀔 때 우리만 (IT 부서를 없애고 지원책을 줄여) 그 변화에 올라타지 못했다. 이후 차이가 점점 벌어졌고 지금은 중국에도 뒤처지고 있다. 일부 혼란이 있더라도 가장 효과적이고 확산이 빠른 방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모든 신입생에 SW 교육을 하자고 제안해 설득했다.

우리 SW 역량이 중국보다 뒤처진다는 것은 너무 박한 평가가 아닌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미 현시점에서도 중국에 완벽하게 뒤처졌다. 실제로 중국에서 새로운 서비스가 만들어지거나 이것이 미치는 양상을 보면 우리나라보다 창의적인 것이 많다. 파괴적인 혁신이 성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이제는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더 크다는 것이 분명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혁신의 가능성이 규제나 공무원의 인식 등 여러 요인으로 막혀 있다. 이러한 것들을 한꺼번에 걷어내지 않으면 안 될 상황까지 몰려 있는데, 우리는 안되지만 중국은 마음만 먹으면 "다 걷어내" 할 수 있는 국가체제이다.

더구나 지금 중국에서 이런 혁신을 이루는 사람들을 보면 이미 십수 년 전 실리콘밸리에 진출해 경험했던 인재들이다. 우리나라는 두뇌 유출이라며 해외 진출을 막는 경향이 있었지만 중국은 "안 와도 좋으니 나가라"며 보냈고 지금 그들이 돌아오고 있다. 우리가 한치 앞을 못 보는 정책으로 일관하는 사이 중국은 장기적인 투자의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다 이전 정부에서 SW에 대한 무지로 실기했다. 지금은 대약진(Quantum Leap) 해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모든 신입생에 SW 교육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SW 교육의 1학기 수업이 거의 끝나간다. 성과를 정리한다면?

무엇보다 '이런 것이 시작됐구나', '이렇게 하니 되는구나'하는 대외적인 상징성이 컸다. 이것이 중요한 것이 다시 학교 내에 SW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때문인데, 실제로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님들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다. 예를 들어 물리, 화학 같은 이공계에는 이미 코딩 과목이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특정 툴 사용법을 교육하는 정도였다. SW 교육이 시작된 후 해당 교수님들이 "우리 학과도 코딩 교육을 강화하고 싶다"고 역으로 제안하고 있다. 학교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SW 중심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1년에 6학점짜리 수업으로 어느 정도나 구체적인 성과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그런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특히 여기에 들인 노력과 비용 대비 얼마나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아하다는 반응도 있다. 사실 답은 모른다(웃음). 그러나 분명한 것은 우리 학생들이 앞으로 어떤 분야에서 일하든 자신이 부딪힌 문제를 SW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졸업하면 사회에 나가 기여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여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스스로 삶의 가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내가 갖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구인데, 가장 파급효과가 크면서도 효과적인 것이 바로 SW다.

게다가 과거에는 SW가 정말 어렵다는 생각이 많았고 일정 부분 실제로 그런 측면도 있었지만 이제는 SW가 그리 어렵지 않다. 필요할 때 가져다 쓸 수 있는 도구가 굉장히 많고, 흥미를 갖고 조금만 배우면 SW를 이용해 내가 하는 일 자체가 혁신적으로 바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적어도 당분간은 SW가 이런 역할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수업시간에도 여러분이 사회에 나가 중요한 사람이 되는데 SW는 중요한 역할을 수 있는 훌륭한 도구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한다. 학생들 반응? 아직은 뜨뜻미지근하다(웃음). 하지만 생각이 바뀌는 학생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앞으로 SW 교육을 더 내실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할 예정인가?

여러 분야에서 더 많은 투자가 절실하다. 콘텐츠 측면에서는 파이썬 기반으로 비전공자가 쉽게 체험할 수 있는 예제를 많이 만들려고 한다. 교수와 강사, 조교도 확충한다. 특히 실습수업을 지원할 조교가 많이 부족한데 다른 학부 대학원생이나 컴퓨터 학부 4학년생 중에서도 뽑으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조교 장학금 등도 더 늘려야 하는데 재원 확보를 위해 다른 정부 지원 사업도 수주하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학생 피드백을 받아 교육 과정과 방식을 개선하는 것이다. 우리 학부 차원에서 집중적으로 해야 할 작업이다.

초보적인 SW 코딩 교육 외에 학교 차원에서 '컴퓨테이셔널 싱킹(Computational Thinking)'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다른 전공과목에 CT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내용을 넣는 것이다. 예를 들면 토목공학 전공수업에서 토목공학적 문제를 풀 때 몇 가지는 코딩으로 풀어 보자는 것이다. 특정 학과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학과 전공 수업에 CT 기반의 학습방법이 바탕으로 깔리는 것이다. 국내 첫 시도가 될 텐데 이를 위한 교수, 학생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모든 전공학과에 나눠주려고 한다.

보편적 SW 교육이나 모든 전공 교육에 CT 방법론을 도입하는 것 등을 보면 매우 공격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그만큼 시급하고 중요하다는 의미인가?

우리나라는 교육계 외에는 역할을 할 수 있는 주체가 없다는 것이 더 정확하다. 해외는 산업 전체가 이미 SW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면서 학교도 어쩔 수 없이 SW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산업이 학교의 변화를 끌어주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이런 역할을 해줄 산업 환경이 없다. 여전히 삼성, LG 등 제조업 위주다. 대학이 먼저 SW를 중심으로 혁신하고 새로운 인재를 배출해 이들이 사회에 나가 SW 발전을 견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 세계는 교육에 대한 인식, 미래 인재상에 대한 인식이 SW를 중심으로 많이 바뀌었다. 우리는 이제 시작하는 단계다.

보편적인 SW 교육 못지않게 SW 전문가를 키우는 것도 중요하다. 기존 인재양식 방식과 정책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SW 인력 양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보나. 그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뜨거운 열정을 보유하게 하는 것이다. 어떤 문제를 SW로 해결하려고 하는 열정과 SW 분야에 대한 자부심, 스스로의 비전 등을 가진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그런 사람이 많아지면 산업 전체가 저절로 발전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정책이나 교육은 SW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분야와 똑같은 방향으로 학생을 키웠다. "스펙 쌓아서 대기업 가면 행복할 거야"라고 학생들의 생각을 그대로 둔 채 컴퓨터 더 사주고 기업과 프로젝트 하면 용돈 주고 그게 끝이었다. 근본적인 철학이나 학생의 비전에는 변화를 주지 못했다.

이를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잘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와 같이 공부하던 친구나 선배가 실리콘밸리 가더니 스타트업에서 성공했다거나 구글에 입사했다더라 하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스포츠 분야에서 박찬호와 박지성이 해외에서 성공하면서 다시 우리나라에 미친 영향이 엄청나지 않나. SW 분야도 해외 진출해 성공한 박찬호, 박지성 같은 사례를 만든다면 이들이 다시 우리나라 SW 생태계에 미칠 영향은 상상 이상일 것이다.

그러나 잘돼도 극소수 사례 아닌가. 국민대도 한해 해외 인턴을 7~8명 보내는 데 그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는 변화의 속도가 너무 더딘 것 아닌가?

개의치 않는다. 단 1명이라도 선례가 만들어지면 된다. 이 부분은 정량적 성과에 집중할 것이 아니다. 1명이 가더라도 스스로 만족하는 성공사례 만들면 그 파급효과는 앞으로 100명, 1000명으로 늘어날 것이다. 물론 인턴 가능한 내실 있는 업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전부 동원했고 출장을 1달에도 몇 번씩 가면서 무작정 회사를 찾아가기도 했다. 우리 학생에 대한 내용이나 그쪽에 찾는 인재상 등 매우 상세한 내용을 서로 논의해야 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직접 하려고 했지만 결국 발로 뛰는 것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해외 사례를 보니 싱가포르는 정부가 나서서 대규모 해외 인턴을 지원한다. 비자 같은 문제를 훨씬 수월하게 풀 수 있다. 우리도 비슷한 방식의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다행히 최근에는 기존 국민대 인턴 학생들에 대해 입소문이 나면서 우리가 접촉하기 전에 먼저 연락을 주는 업체도 있다. 앞으로는 더 체계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실리콘밸리에 '국민대학교 실리콘밸리 지원센터'를 설립하기로 했다.

해외 인턴십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준다면?

내가 잘하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 우리 학생들은 아직도 학점, 영어점수, 봉사활동 같은 스펙에 너무 치중한다. 외국계 기업과 인터뷰하는 법 같은 교육을 받는 학생도 있는데 오히려 마이너스다. 업체 인터뷰에서 "내 인생의 모토는 뭐다" 식의 이야기를 하면 당장 "그만하시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해 보세요" 한다. 종이 내밀고 코드를 짜보라는 회사도 있다. 실질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방법의 하나가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다. 협업과 공유의 철학과 자세를 익힐 수 있다. 업체 인터뷰할 때도 오픈소스 활동 내용 제시하면 그걸로 끝이다. 이력서도 안 본다.

한가지 우려하는 것은 창업 흐름에 쉽게 휘둘리지 말라는 것이다. 창업도 그 정글 안에서 부대끼면서 생태계를 이해한 사람이 해야 한다. 인턴으로 가든, 엔지니어로 가든 해외 스타트업 세계를 직접 경험하고 배우는 사람이 많아져야 그 인력 풀 안에서 성공하는 창업자도 나올 수 있다. 창업은 그 자체보다 이를 지속해서 끌고 갈 수 있는 기업가 정신이 더 중요한데, 지금은 어떻게 보면 잘 모르는 학생들 꼬드겨 창업시키고 취업률을 인위적으로 높이려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현재 국내 창업 생태계를 보면 물만 줬을 뿐 자랄 수 있는 토양은 전혀 없다. 마치 무슨 운동처럼 창업 바람이 부는 것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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